교황 프란체스코

2016.08.09 05:55

김창임 조회 수:60

교황 프란체스코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내가 매우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 한국에 오신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세계적인 지도자이면서 가장 낮은 자리에 가까이 다가서는 프란체스코 교황은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현장을 방문해 6천여 명의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젊은이들에게 선의의 행동을 촉구했다.

충북 음성꽃동네를 방문하여 장애아동 및 꽃동네 가족 2백여 명을 만나는 등 낮은 사람을 위한 행보를 계속했다. 그리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여성 7명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주민 등 역사적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상처를 지닌 이들을 만나 위로했다. 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사랑하고 화해하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사시는 분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라서 그런지 그분이 오신다는 말을 들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역사적인 방한은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위로를 주었다. 그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우리를 안아주고, 일깨워주며 병들어가는 우리네 마음을 치유해주셨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즉위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슈를 낳았는데 사상 첫 남미 출신의 교황이며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를 이끄는 대주교 자리에서도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손수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등 항상 보통사람들은 물론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해온 분이시다.

나는 교황께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신다고 했는데 가지는 못하고 방송을 통하여 강론말씀만 들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눈물겨운 이야기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가기 위해 교황의 귀한 강론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다스림은 지배가 아니라‘섬김’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은 많은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평화는 정의의 결과’라고 강조하셨다.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은 외적으로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을 구해주는 해독제라고 강론하셨다.

교황 프란체스코는 지극히 낮은 자세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에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신다. 그래서 고통과 상처에 분노한 이들을 껴안아 주신다. 교황은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도보순례를 할 때 사용했던 나무 십자가, 두 아버지가 38일간이나 메고 다녔던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갔다. 이는 바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외상을 껴안은 의미라고 본다.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해 “가난한 교회가 되라.”고 역설하셨다. 교황의 축복과 위로를 통해서 약자와 소외된 자들의 고통을 교회와 사제들이 함께 짊어지고 가야한다고 강조하셨다.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모두를 살리는 경제공동체가 추구해야 될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일깨워 주셨다.

‘용서하라.’교황이 명동성당에서 올린 미사집전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를 해주셨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용서였다.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이다. 한 국가를 이루는 한민족의 화해를 위한 간곡한 구원의 기도였다. 한국 사회의 내부분열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연대를 촉구하기도 하셨다.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하느님의 강복 속에서 참으로 기뻐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셨다.

교황은 우리 스스로 사랑을 도둑맞지 말라는 복음을 전파하셨다. 시인 고은은 진실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갔다고 했다. 그의 말보다 그의 얼굴에서 만났다고 극찬했다. 어느 시인은 순진한 양의 냄새를 가진 목자가 왔다고 반겼다. 믿음은 철학이 아니라 생활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권위보다 사랑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본받도록 가르쳐 주셨다.

교황이 방한 중에 보인 모습과 남긴 메시지에 대한 울림은 참으로 컸다. 그가 남긴 행보들에서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평화와 화해, 연대와 협력, 특히 용서, 다스림보다 섬김을 통한 기존 정치권의 반성을 촉구한 점은 매우 깊은 의미가 있었다. 이제 다스림과 섬김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것이 이번 교황이 던진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교황 프란체스코가 방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쓰며 그의 말에 치유를 받기도 하고 그의 말에 열광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분명히 교황 프란체스코의 무언가에 감동을 받고 있으며, 무언가에 이끌리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2016.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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