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 김영교
2010.01.02 17:53
가출한다
뚱뚱한 몸집이 무게의 부축을 받으며
필요만 골라 벌린 아가리 빈 구석 쑤셔 넣고
양 옆구리 눌러 잠궈버린 후
치켜 뜬 몸통 손잡이는
온 힘을 다해
바퀴 밑에 누웠다 일어서는
구르다 멈추고 또 굴러가는 별난 세상을 만난다
꾸역꾸역 삼키며 집어넣은 뱃속이 편할 리 없어
비좁은 골목 다른 풍물 지날 때 마다
토해낸 하이얀 현기증
집 한 칸의 꿈이 공중에 떴다
쿵 착륙, 온 몸이 멍투성이에 소화불량이다
감당할 수없는 소음과 인간의 횡포를 털고
자유 그리고 그 너머 약속 시간에
뻗어버릴듯 비틀거리며 귀가
안착의 변기에 제왕처럼 앉아
입안 먼지 뱉으며 다 배설, 그 시원함이여
남은 것은 또 다른 가출의 텅 빈 음모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
누구의 여행 가방인가
마지막 순간
고요,
그 태초의 비움의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한 삶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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