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무덤
2009.12.30 08:38
거리에 흩어진 게슴츠레한 저녁
현관 문 앞 등불에 몸 드러누워
이리저리 그어놓은 생의 낙서
방 한 칸 없어도 거뜬히 산 삶
지나온 발자국마다 검은 유서 남기고
말라비틀어진 투명한 무덤으로
더듬이 촉수 잃고 주저 앉아있다
풀잎 창끝에 찔려 소스라치고
개미에게 쫓기던 다리 없는 몸
미끈한 유약도 결국 통증일 뿐
상처에도 내일은 오고야 마는데
지상에 내리는 따뜻한 어둠의 천막
남 탓 해본 적 없는 느린 걸음
귀가할 수 있는 집이 아늑하다
모반의 풍요로운 치장 벗어던지고
훨훨 나는 풀벌레에 시기(猜忌) 버린
가릴 것 없는 가난의 벌거벗은 몸
시큰거린 외출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 내몰리는 민달팽이철거민
지상의 빈 무덤조차 없는 삶이
죽은, 죽음들이 도처에 누워 있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7519 | 자카란다 | 이상태 | 2010.06.16 | 51 |
| 7518 | 모닥불도 처음엔 | 강민경 | 2010.06.15 | 63 |
| 7517 | 햇살 찬란한 들판으로/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 조만연.조옥동 | 2009.12.31 | 59 |
| 7516 | 철딱 서니 없는 개나리 꽃 | 최상준 | 2010.02.11 | 45 |
| 7515 | 밀수제비 | 이월란 | 2009.12.31 | 58 |
| 7514 | 치과에서 | 이월란 | 2009.12.31 | 33 |
| 7513 | 전화 | 이월란 | 2009.12.31 | 30 |
| 7512 | 사랑빚 | 이월란 | 2009.12.31 | 62 |
| 7511 | 착각이 살찌는 소리 | 이월란 | 2009.12.31 | 34 |
| 7510 | 한 해의 언덕을 오르고 나서 | 장정자 | 2009.12.31 | 48 |
| 7509 | 나 만의 마움 | 이상태 | 2009.12.31 | 57 |
| 7508 | 소나무 찬가 | 김수영 | 2011.08.12 | 44 |
| 7507 | 나답다 | 이영숙 | 2009.12.30 | 59 |
| » | 민달팽이 무덤 | 한길수 | 2009.12.30 | 59 |
| 7505 | 준 글룸(June Gloom)* | 한길수 | 2009.12.30 | 55 |
| 7504 |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 | 강성재 | 2009.12.29 | 43 |
| 7503 | 결빙을 푸는 | 박정순 | 2010.02.15 | 25 |
| 7502 | 두물머리 | 박정순 | 2010.02.15 | 42 |
| 7501 | 그대여! 시를 짓지 않고는,,,, | 장정자 | 2009.12.26 | 51 |
| 7500 | 낡은 공덕비 | 성백군 | 2009.12.25 | 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