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84
어제:
183
전체:
5,020,625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6.08.15 08:05

알래스카

조회 수 10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알래스카

 

이월란

  

 

자유가 끊임없이 내리는 핸들 앞에

ALASKA 번호판이 끼어든다

오래전, 군용비행기에 실려 잠시 날개 접었던 곳

군 기지 휴게실 창밖으로 보이는 랭겔 산맥의 눈은

트랩이 닿지 않는 하늘처럼 하얗고 높았다

백인과 피가 섞인 여름에 잡은 물고기를

호호 불며 이글루 속에서 동면하는

알류트족의 이 아닌

지루했던 십대의 방황처럼

지도 위에 없는 낯선 도시, 낯선 활주로를 달린다

알래스칸이 모는 알래스카를 따라간다

언젠가는 사라질 베링 육교를 타고 시베리아로 달린다

꿈처럼 낮아지고 또 낮아진 해수면 위로

매머드를 좇는 홍적세의 인간처럼

다져진 새 땅을 밟고 아메리카로 걸어 온

나는 빙하의 생물

빙하빙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웅대한 기억의 크루즈는

초저공비행도 가능하지, 우회 항행도 가능하지

제트 엔진이 읽어내는 기억의 데이터는 끝이 없어

작은 섬 버리고 큰 섬으로 온 뜨거운 정수리를 이고

예감 없이 차선을 바꿔버린 나는 저체온증의 알래스칸

질주하는 기억 속으로 멀어져가는 저 에스키모를
따라가기엔 한 발 늦었다

늘 놓쳐버리고서야 뒤돌아보던, 그 눈부시게 시린 것들

초음파 심도계 같은 오른발이 누르는 가속페달로

기억의 간선도로 위

교통량이 적설량처럼 부쩍 느는 시간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순백을 품고 누워

나는 한동안 백야로 접어들겠다


?
  • ?
    Chuck 2016.08.15 11:32
    Stay tune..

    "https://www.youtube.com/embed/7Fu3xlT0BR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 동문서답 이월란 2010.10.29 558
130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29 살 빠지는 그림 이월란 2012.02.05 559
128 영시집 Without You, the Thing Which Loves You Is 이월란 2010.05.02 561
127 니그로 이월란 2010.09.26 565
126 그대가 오는 길 이월란 2010.11.24 565
125 섬그늘 이월란 2010.09.26 566
124 내 안에 있는 바다 이월란 2008.05.07 569
123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122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121 왕의 이불 이월란 2008.05.08 571
120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119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118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575
117 환절의 문 이월란 2010.10.29 575
116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115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578
114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113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이월란 2008.05.07 579
112 타임래그 2 이월란 2010.10.29 579
Board Pagination Prev 1 ...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