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이 꽂히는 남자 / 김영교

2010.03.10 19:26

김영교 조회 수:47

-T씨에게 그 날 휘감은 팔을 풀고 황태자의 품을 벗어나 6월의 밤이 기다리는 밖으로 나왔다 가슴이 가 닿은 곳 엘에이 서쪽 싼타모니카 해변 열두 손가락 있는 대로 펴 더듬고 쓰담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어둠을 가르며 별빛 총총 내려다보는 밤공기 덥석 부둥켜안고 부비고 어루만지며 "난 이런 날씨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탄성 "난 이 순간 김샘이 주무르는 날씨이고 싶다" 허공을 부러워하는 T씨의 익살을 사랑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바다에 가면 황태자 가슴보다 넓은 호탕한 익살 떠오른다 T씨의 날씨가 되려고 오늘도 귀 기우리는 일기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