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향기 / 김영교

2010.12.21 13:34

김영교 조회 수:103

책이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활자들이 춤추고 의미들이 걸어나와 마음 좁은 사람들 사이의 길을 넓히고 고정관념의 그늘진 층계와 편견의 어두운 골목을 불밝히느라 왼 종일 길 어귀에 서있다. 그것도 무척 아름답고 절제된 언어의 자세로 내안의 바다 혼자 거기 있었다 더군다나 바람 높은 날 무섭기도 했다 두꺼운 겉옷때문에 한기는 들지않았다 따뜻한 체온, 눈물이 났다 구겨진 일상의 눈꼽을 닦았다 하늘 한 끝이 열리며 새벽이 오고있었다 바다크기의 무서움은 간데없고 감당못할 시간보다 큰 아픔은 없다는 감격 -작은 약속- 겉옷이 젖기로 대순가 마음의 달력에다 동그라미 처 놓는 칸마다 설레임 내게 입혀준 겉옷 하사받은 기분이 좋을 때 사람들은 휫바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한다 기쁜 가슴을 주체치 못할 때 나는 왜 눈물이 날까 눈물에 젖은 흙앙갱이들 어느 듯 봄인가 책의 약속, 그 향기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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