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거울

2010.03.14 07:07

박정순 조회 수:40

청동거울 오랜 세월의 흔적, 물소리 바람소리 윤기나게 닦아주던 손길 사라진 먼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가기 위해 꿈을 꾼다 꿈은 흐리며 피곤하고 나른하여 봄바람이 부는 날 지하철을 탔다. 행색이 초라한 할아버지 "홀몸 아니시죠?" 하고는 다른 사람 앉지 못하게 자리를 내어주고 다음 정류소에서 내리셨다 시를 만나러 가는 길 청동거울을 닦았던 여인의 손길이 생각나는 천년세월의 비밀을 여는 순간처럼 내가 시인이어서 고맙다 내가 시인이어서 무섭다 궁핍한 내 시가 뱉을 수 없는 청동거울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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