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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빛깔
2005.01.08 08:14
유년의 빛깔
내 유년의 빛깔은
노랑 배추꽃과 물빛어린 무꽃밭이었고
노랑나비와 흰나비가
꽃밭 위를 너훌대며 날아간 다음
땅 위로 밀어낸 무 밑둥이
초록물빛으로 눈에 번져 들었는데
소년은 금새 자라서
무 밑둥같은 여인의 고운 두 다리를
꿈속까지 훔쳐와
숨은 빛깔을 더듬고 더듬어
밤새 몽정(夢精)을 하고
낮이면 깃발이 우글대는 도시로
조화 같은 도시로
황금 빛깔을 찾아서 떠나 갔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던 것은
네온 빛 아닌 순한 당근 빛이고
물빛을 실어 나르는 바람의 빛
그 바람도 물빛도 햇빛도
손으로 붙잡고
노랑 햇덩이도 눈으로 만지던
유년의 들녘을 다시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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