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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백자
2006.09.26 18:12
잃어버린 백자
해지는 맑은 강물 앞에 서면
이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민 올 때 잃어버린 백자 한 점 생각난다.
푸른 물 떨어뜨린 백색 허리에
둥근 연잎 돌아가는 달덩이가
백년 묵은 골동품보다 더 고왔다
깊은 밤 그는 내 색시가 되어
투명한 알몸으로
내 외로움의 시중도 들어주고
겨울에는
살어름 낀 강변에서 꺾어온 버들개지를
푸릇푸릇 싹도 틔우더니
끝내 결혼한 내 침실까지 따라와
밤마다 내가 아내와 벌이는 정사를
저도 제 몸뚱이로 비춰내면서
항아리 우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던 것이
이민 와서 짐을 풀어보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밤마다 애통하여 꿈속을 헤매고
떠오르는 만월을 바라보곤 했다
어느 곳일까
그녀가 내 바람을 품고 있는 곳
성북동 어느 구 한옥 부부 침실인지
아니면 어느 먼지 낀 선반 위에서
이 빴고 땟물 낀 고물로
공허한 하늬바람 소리나 내고 있지 않는지
그러나 이미 산산 조각이 나버린 세월
다만 깨어진 한 조각의 사금파리로 남아
밤이면 어둠 속에서
별빛처럼 새파랗게 반짝이고 있을 것만 같다
해지는 맑은 강물 앞에 서면
이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민 올 때 잃어버린 백자 한 점 생각난다.
푸른 물 떨어뜨린 백색 허리에
둥근 연잎 돌아가는 달덩이가
백년 묵은 골동품보다 더 고왔다
깊은 밤 그는 내 색시가 되어
투명한 알몸으로
내 외로움의 시중도 들어주고
겨울에는
살어름 낀 강변에서 꺾어온 버들개지를
푸릇푸릇 싹도 틔우더니
끝내 결혼한 내 침실까지 따라와
밤마다 내가 아내와 벌이는 정사를
저도 제 몸뚱이로 비춰내면서
항아리 우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던 것이
이민 와서 짐을 풀어보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밤마다 애통하여 꿈속을 헤매고
떠오르는 만월을 바라보곤 했다
어느 곳일까
그녀가 내 바람을 품고 있는 곳
성북동 어느 구 한옥 부부 침실인지
아니면 어느 먼지 낀 선반 위에서
이 빴고 땟물 낀 고물로
공허한 하늬바람 소리나 내고 있지 않는지
그러나 이미 산산 조각이 나버린 세월
다만 깨어진 한 조각의 사금파리로 남아
밤이면 어둠 속에서
별빛처럼 새파랗게 반짝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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