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迹).2

2011.02.22 07:09

정용진 조회 수:53

  
흔적(痕迹).2
정용진

조금 전에는
6.25때 왼발을 잃은 노병(老兵)이
목발에 의지한 채 외진 길을 가더니
얼마 후에는
기계방아에 휘감겨 잘려나간
의수(義手)의 왼팔 잡이가
허위허위 휘적이며 지나간다.

이마 위에는
흘러간 세월들이
홈 패인 잔주름으로 파도치고
얼굴에는
마마자국이 죽은 깨알같이
듬성듬성 박혀있다.

어느 누가
삶이 그리 쉽다했나
인생은 고해(苦海.一切衆生皆苦)라더니
것 옷으로 자신의 아픈 흔적을
허술히 가리고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구나.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살아가는
산동네 마루턱에
석양 노을을 토해놓고
훌훌히 떠나가는 붉은 태양
검은 산그늘이 저들의 상처위로
낙엽처럼 추적추적 쌓이고 있구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79 잡초같은 인생 김수영 2010.04.14 54
7778 바벨피쉬 이월란 2010.04.13 50
7777 평론의 횟감 이월란 2010.04.13 48
7776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60
7775 나와 사랑에 빠지기 이월란 2010.04.13 64
7774 비온 뒤 이월란 2010.04.13 50
7773 기다림 2 이월란 2010.04.13 46
7772 지진이 났다(견공시리즈 60) 이월란 2010.04.13 63
7771 피아노 윤석훈 2010.06.02 55
7770 [이 아침에]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나이 12/19/2014 오연희 2014.12.30 53
7769 세코이아·Sequoia 숲의 낮과 밤 유봉희 2010.04.13 56
7768 春雨頌 정용진 2010.04.12 51
7767 새해에는 장태숙 2011.01.20 79
7766 영정사진 장태숙 2011.01.20 79
7765 물처럼 바람처럼 / 석정희 석정희 2011.01.19 78
» 흔적(痕迹).2 정용진 2011.02.22 53
7763 <토요연재> 침묵의 메아리 2 김영강 2011.01.21 89
7762 사랑은 / 김영교 김영교 2011.01.19 65
7761 도미노(domino) 강성재 2010.04.08 43
7760 밤,숲속 강성재 2010.04.08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