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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

2004.11.15 08:18

최영숙 조회 수:62 추천:6

밤 늦은 시간에 두만강가에 나갔다가 그 동네에서 들려 오는
개 짖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국경 수비대의 취침 나팔소리도 들었어요.
너무 슬펐습니다.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평범해서요.
제가 자랐던, 할머니 집 앞산은 국유림이었습니다. 리끼다
소나무를 인공 조림해서 만든 커다란 산이었는데
겨울이면 그곳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오곤 했어요.
그 산에서 내려온 바람 소리가 방풍을 위해 북쪽 울타리에 덧붙여 놓은
수숫대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에 겁에 질려서 이불 속에서 숨도
못쉴 때 가 종종 있었지요.
그럴 때 어디선가 컹컹 짖어주던 동네 개들.
전 이불을 벗어 던지고 다시 일어납니다. 귀신 바람소리는 여전해도
개들의 짖는 소리를 의지하여
백열등 아래에서 만화책을 뒤적이고
당숙들의 중학교 교과서를 읽기도 하면서 겨울을 이겨냈지요.
치근한 그리움이 그 소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곳이 국경이 아니었다면 걸어서 그냥 가봤을테지요.
거기에서 전 저의 어린시절, 부족했어도 저녁이면 잠 잘오고 때 되면
배고프고 그래서 입맛이 꿀맛 같던, 새 양말 한켤레에도 뛸 듯이
기뻤던 그 시절을 만났습니다.
갈등은 사라지고, 왜냐하면 그것도 사치였으니까요.
한가지 답을 얻고 왔습니다.
시간을 아껴야겠다는 결론이었지요.
박선생님, 새로 올라온 '아름다운 초상'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샤갈의 작품을 생각해냈습니다.
그가 사랑하던 여인들, 푸른 밤,초승달,피안, 승천하는 썰매에서 떨어지는
마돈나. 이런 이미지들이 선생님의 초상에 나타나는 슬픔들과 많이 닮아 있네요.
건강하시고, 그래도 밥 잘먹고 잠 잘자는 행복이 최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