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수문포 : 3
시 최 재 환
바람 부는 날은 바닷가로 나간다.
갯뻘처럼 검게 그을린 얼굴들이
뱃길을 막고 서서
하루의 삶을 저울질 한다.
섬에서 태어나 바닷물의 짠 맛을 익힌 덕분에
찢긴 돛폭에 젖어드는
눈물의 무게를 안다.
바람이 뱃전을 두드릴 때마다
기대는 뿌리채 흔들리고
무시로 찾아드는 그리움
그것이 바로 사랑이던 것을.
포구는 당초부터 비어 있어서
기다림은 바람처럼 비껴가고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일몰日沒을 기다린다.
- '이승 기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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