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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1 16:51

신 균 준 조회 수:77 추천:7

 

박 영 호


마음이 울적한 날에는

산 앞에 서보지만

햇빛 달빛 별빛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모두 어느 산허리로만 스며드는지

산은 말없이 눈감고 바람만 들어 마신다.


단 한 번만이라도

산과 눈을 마주치고 싶어서

나도 산처럼 눈을 감아 보지만

산은 바로 그 때만

눈 떠 나를 보는지

좀처럼 산의 눈과 마음을 붙들 수가 없다


젊어서 죽은 아비의 혼령이

산바람이 되어

산을 외롭게 휘돌고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오늘도 산을 오르지만

아직도 나는

바른 사내의 넋을 배우지 못했는지

산을 오르는 바른 길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새가 날아가듯이

눈 감고 마음만으로

산을 오를 수 있는 바른 길을 찾아서

나는 내일 또다시 산을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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