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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2005.02.25 08:43

최재환 조회 수:110 추천:6

꽤나 긴 시간이 흘렀나? 가끔은 네 서재를 훔쳐 보면서 잠이 든다. 오늘 아침엔 영하 3,4도의 차가운 날씨에 눈발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어린 시절 추위에 민감하던 네 모습이 문득 떠 오른다. 벽전은 아이들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지 열흘 째 서울에 머물고 있다.
우수도 지나고 며칠 있으면 경칩일텐데 얼어붙은 우리의 경제만큼이나 기를 쓰지 못하는 날씨라 방안서 난로를 피워 놓고 생활하기도 지겹구나. 작품은 그럭저럭 한 달에 한,두 편 꼴, 다행이 반응은 좋은 편이라 위안이 된다. 나의 시상식 날 발행됬던 동인지나 안내장이 너에게 배달된 걸로 알았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로구나. 이 공간에 소식주면 곧 보내 줄게.
방금 너의 평론 '미주문학의 실상'을 읽었다.
그 원고 끝에 꼬리말로 몇 마디 달았지만 문학의 질적 향상은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라 순전히 작가 자신의 자세에 달렸다고 생각된다. 국어학적 능력만 있다고 좋은 작품을 빚을 수는 없는 것이고, 작품 자체가 바로 나의 생활이고, 나의 생활이 곧 작품이라는 프로 정신을 지녀야지. 단순히 고국에 대한 어떤 향수 때문에 창작에 임하거나 내가 속한 사회나 집단에 자신을 이해시킨다는 의식을 앞세우면 뻔하지 않겠어? 바둑기사 조치훈이 일본에서 타이틀전을 하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휄체어에 앉아 바둑을 둔 일이 있지. 성치 못한 몸을 이끌고 어떻게 바둑을 두느냐고 주위에서 걱정을 할 때, 그때 조치훈은 '나는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라고 했거든. 이게 프로 근성이지.
그리고 문예지가 많다는 건 등단하기는 수월하지만 그것이 좋은 작품 창작과는 거리가 있지 않겠어. 고국에도 알려진 숫자보다 훨씬 많은 문예지에서 작가들을 생산(?)해내고 있지.
나이가 든 탔일까? 추운 탔일까? 아침부터 뻘소리하고 있다고 나무라지는 말게나. 자네가 던진 따끔한 충고도 일고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서글픈 일이 아니겠나.  
감기 조심하게.
다음 다시 쓸게. 잘 있어. 참 마리아회고등학교에 가서 문철남을 찾았더니 벌써 퇴직을 하고 떠나버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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