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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는

2005.10.19 23:00

최영숙 조회 수:152 추천:4

노란 색이 제일이지요? 복합색이 많이 나와서 노란 색도 아닌 것이
자주색도 아닌 것이 널려 있지만 그래도 노란 국화를 보면
아! 가을이구나 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지요.
박 선생님, 그동안 어찌 지내셨는지요?
어려움도 있으셨다는데 지금쯤은 잘 지나가신 건지.
저는 이번 소협에서 콜로라도 여행이 있어서 이박 삼일 다녀 왔습니다.
전에 그곳에 한 이년 살았지만 누구와 동행을
하느냐에 따라 록키산 그늘조차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곳은 고산지대라 저 같이 평지만 디디고 살던 사람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더군요.
운동부족에 약간(?)의 비만에 따른 호흡 곤란이 와서
잠시 주저 앉아 호흡을 다스렸어야만 했어요.
그래도 그곳의 하늘 색과 백양 나무의 노란 단풍,그리고
가문비 나무들의 청청한 푸르름이 록키산을 덮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처연한 가을이 뭉텅이져 있는 그곳에서
다들 웃고 환호성을 쳤지만
저희는 이틀 밤을 제대로 잠 못 잤어요.
밤새워 속내 털어 놓을 수 있던 건, 록키 산의 가을이
너무 쓸쓸 했던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 전,
그 사유적인 록키산의 그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네요.
우수적인 가을은 단연 콜로라도에 있지만
센치한 가을은 여기 동부에 있어요.
낙엽이 쌓이고 철새들은 떼지어 날고 하늘 높이 비행기가 두 줄기
하얀 구름을 뿜으며 날아가고 단풍은 뒷마당에서부터 시작해서
동네를 덮어 가고 있고요. 늦은 밤,가을달은 파르스름하니
추위를 타고 있고요. 귀뚜라미는 울지요. 멀리서 기적 소리는 들리지요.
도토리는 길에 깔리고 .......
고구마는 단 맛이 더해 가고 무우 속은 단단해지고
열무김치보다는 배추 통김치 맛이 땅기고....
커피향도 향을 첨가하지 않은 원래의 맛이 좋아지고
갑자기 쵸이스 커피가 좋아지면서 머그 잔이 아니라
꽃무늬가 잔잔한 예쁜 잔에 잔 받침까지 찾아들고.....
그런데 전 아무 것도 못하고 멍멍히 하루하루를 지내요.
이상한 가을이지요?
박 선생님, 건강하시고 가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