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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선물

2006.09.20 03:27

오연희 조회 수:177 추천:4



     

        새벽 강변에서/박영호
             푸른 안개 자욱히 피어오르는
             새벽 강변에 서면
             내 어린 시절
             찌는 삼복 더위 흐린 달밤에
             나를 안고 강물에 들어가 몸을 식히던
             내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강물위에 아른 아른 떠오른다

             새벽 첫 종소리에 잠이 깨어  
             머리에 동백기름 발라 곱게 빗고
             성당 언덕길을 오르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하필 이 강변에서 떠오르는 것은
             나도 이제는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을
             내 뒷 모습이 내게 보여서 일게다.

             강물에 잠긴 내 얼굴
             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떨어진 꽃잎들이
             이제는 저승꽃이 되었는가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그 무수한 들짐승 발자국같은 자국들
            
             나도 어느날 저 들짐승들처럼
             저 대지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만
             그래도 먼 훗날
             한번쯤
             이 새벽 강변에서
             다시 푸른 안개로 피어올라
             나를 기억하는 그 누군가에게
             내 뒷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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