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윤석훈의 창작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부겐빌리아

2006.11.18 15:03

윤석훈 조회 수:595 추천:52


  햇볕 드는 곳이나 그늘 드는 곳이나 이국의 땅은 모래처럼 서걱거리지 귀뚜라미도 이국어로 노래하고 내 힘껏 밟는 산 속의 황토도 내 것 같지 않아 사람 사는 모습이야 어딘들 다르겠냐만 그래도 물에 기름처럼 어긋나기도 하는 거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요즘 한 여인을 아침 산책길에 만났지 뭐야 머리 정갈하게 파마하고 화끈하게 꽃잎 꽂고 화사하게 웃는 여인의 자태에 숨이 콱 막혀버리는 거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여인의 몸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염통에 불이 붙을 뻔 했다니까 모든 말들은 꽃이었고 모든 노래는 입술이었고 입술은 몸이었고 동시에 온몸이 성감대인 여자 생각해 봐 지구 온난화다 생태계 파괴다 웰빙 식품이다 떠들어 대는 세상인데 이토록 건강한 여자를 어디가서 만나겠냐구 그후로 아침산책이 하루 일과 중 제일 중요한 행사가 되어 버렸어 그 여인의 활화산 같은 위치 에너지를 받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은 기분 이해할 수 있겠어? 새벽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왕성한 힘으로 이국의 나날은 만사형통 이었다니까 그런데 여인에게 또 하나 놀란 것은 쉬지 않고 뽑아내는 꽃이며 잎이며 완벽한 곡선미는 어떻고 어느 상황 어느 환경이든 맞추어서 몸을 만드는 여자 육감적이고 정열적인 여자이지만 그녀에게는 가시가 있어 범접할 수 없다는 거야 어쩌면 그것이 그 여자에게 미치도록 빠져버린 이유인지도 몰라 모든 매력을 지녔으나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여자 그 여자의 모습을 아침마다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이국생활의 최대 수확일 터 오래 오래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어차피 내 밟는 곳 어디든지 고구려 땅이라 생각하고 못질 쾅쾅 하듯 이국의 삶 꾸려나가 보는거야 몸으로 꽃으로 잎으로 가시로 열정의 삶 혼신 다해 보여주는 그녀에게 단 한 번 뿐인 내 목숨 꽃잎처럼 던져보는 거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 청바지 윤석훈 2006.03.20 669
33 불면증 윤석훈 2006.02.27 570
32 安樂死 윤석훈 2006.02.23 687
31 Jellyfish 윤석훈 2006.01.22 557
30 Revolving Cafe 윤석훈 2006.01.18 545
29 사랑 윤석훈 2006.01.17 542
28 별빛을 읽다 윤석훈 2006.01.10 654
27 겨울을 위한 기도 윤석훈 2005.12.28 647
26 다리 윤석훈 2005.12.14 697
25 새벽에 윤석훈 2005.11.28 579
24 유죄 윤석훈 2005.11.28 512
23 Humming bird 윤석훈 2005.11.21 516
22 하루 윤석훈 2005.11.19 576
21 금강산 윤석훈 2005.11.08 622
20 490* 윤석훈 2005.11.04 575
19 안개 윤석훈 2005.10.23 560
18 장미꽃 지다 윤석훈 2005.10.17 713
17 의자 윤석훈 2005.10.11 655
16 가을비 윤석훈 2005.09.25 698
15 겨울나무 윤석훈 2005.09.21 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