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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섬에서의 진행형 하루

2006.08.13 01:09

윤석훈 조회 수:595 추천:36

흩어진 생각으로 세상을 쏘다니다
청록빛 사무치는 섬에 앉아
잊고 산 것들에 대해서 혹은
잊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두 손을 모아 보는 것이었는데 간혹
분열이 끝나지 않은 DNA 속을 철벅거리며
사막을 걸어온 낙타의 허벅지
바다 속으로 밀어넣어 보는 것인데
저물녘의 파도가 기승을 부리는 섬마루에 앉아
시의 끈 팽팽한 가오리연
수평선 너머 띄워보내기도 했던 것이고
집착만한 아픔은 없는 법이어서
떨어져 누운 별의 속살에서도
구운 감자를 캐내기도 했던 것이었으나
그냥은 갈 수 없어 서성거렸던 정신의 집
발걸음 가볍게 돌아가기 위하여
어머니 몸 밖의 소리란 소리는
모조리 꺼내 바다에 던져버리고
남은 것 소중히 안고
뭍으로 돌아가자 약속을 했던 것인데
겉옷을 던지고 속옷을 벗고
불어난 생각 누런 살 다 깎아 던지고
세포 하나 하나에 매달린 주먹을 펴자
거죽뿐인 뼈대만 간신히 남는 것이었는데
바다 한가운데 보이는 당신의 얼굴
허리 곧추 세우며 바라만보고 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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