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윤석훈의 창작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냉장고와 노래방

2007.10.10 13:28

윤석훈 조회 수:700 추천:46

    언제나 서 있는 노래방 안의 냉장고, 그의 몸은 자석 그림들로 가득했다 한번도 다녀온 적 없는 여러 나라의 자석 그림들이 체표면에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은 늘어났으나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덕지덕지 붙은 자석으로 그의 몸무게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얼굴에도 이젠 그림 뿐이었다 얼굴 없는 그가 지키는 노래방에 분꽃 몇장 날아왔다

    오늘 그는 마이크를 잡고 수녀원에서 온 편지를 읽었다 수채화 같은 그녀의 글씨를 보았다 그의 뜰에 늘 분꽃으로 피어있을 것이라는 유서를 읽었다 그러니 그는 더 이상 담쟁이로 자라 그녀의 담장을 넘지 말아야 하리라 세상에서 가장 긴 노래를 찾다가 그만 두었다 가슴 저민다는 것, 흐르는 바람을 대신해 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만성 체증이 또 한번 밀려왔다

    육중한 철문을 열었다 빼곡히 들어있는 항목들이 조목조목 그를 쳐다본다 대부분 하나의 눈만을 가진 것들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갇혀있는 그녀의 심장을 보았다 그녀의 심방에 들어가 누웠다 얼음꽃 가득한 노래는 이글루처럼 차가왔으나 그 속은 따뜻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 성장통 윤석훈 2010.03.31 490
33 담쟁이 윤석훈 2011.07.16 489
32 객관적으로 윤석훈 2012.10.13 485
31 눈빛 윤석훈 2012.07.08 484
30 윤석훈 2012.11.17 483
29 샌드 듄스 윤석훈 2010.03.31 477
28 소통 윤석훈 2012.09.14 469
27 지동설 윤석훈 2012.11.13 465
26 봄안개 윤석훈 2011.04.11 459
25 바다 이야기 윤석훈 2011.08.05 458
24 골목길 윤석훈 2011.04.06 455
23 도너츠를 먹으며 윤석훈 2012.04.10 454
22 내려가고 싶었다 윤석훈 2012.09.24 439
21 오리가족, 저녁을 걷다 윤석훈 2011.09.16 439
20 부음 윤석훈 2012.10.13 437
19 외눈 윤석훈 2013.12.06 437
18 투신 윤석훈 2012.10.27 434
17 파도 윤석훈 2012.09.24 430
16 귀가 윤석훈 2012.11.01 430
15 원죄 윤석훈 2012.05.15 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