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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절정을 복사하다
2005.03.14 05:35
절정을 복사하다
이화은
예술의 전당에서 이만 원 주고
클림트의 입마춤 복사본을 사 왔다
트윈 침대만한 북쪽 한 벽에
햇솜 같은 할로겐 불빛을 짙게 깔고
그들을 눕혔다 이건 아니다
너무 진부했다
매양 여자가 아래에 깔리는 체위
뒤집어 여자를 위로 올렸다
마침 티브이에서 못생긴 여자가
여성 상위에 대해 침을 튀기고 있다
못생길수록 위로 올라가고 싶어한다고
이 시각부터 그렇게들 생각한다면
고즈넉이 남자의 입술을 먹고 있는
이 여자는 너무 아름답다
다시 일으켜 세웠다
불빛이 주르르 발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는 체위에 관해서는
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입맞춤이 끝나고 그들은 눕던가
헤어져 돌아가던가 할 것이다
한국 영화처럼
끝까지 다 말해버리지 말자 하지만
이 숨막히는 정적
한순간만은 다시 복사해
내 가장 숨막히는 시간 속에
걸어두고 싶다
이화은
예술의 전당에서 이만 원 주고
클림트의 입마춤 복사본을 사 왔다
트윈 침대만한 북쪽 한 벽에
햇솜 같은 할로겐 불빛을 짙게 깔고
그들을 눕혔다 이건 아니다
너무 진부했다
매양 여자가 아래에 깔리는 체위
뒤집어 여자를 위로 올렸다
마침 티브이에서 못생긴 여자가
여성 상위에 대해 침을 튀기고 있다
못생길수록 위로 올라가고 싶어한다고
이 시각부터 그렇게들 생각한다면
고즈넉이 남자의 입술을 먹고 있는
이 여자는 너무 아름답다
다시 일으켜 세웠다
불빛이 주르르 발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는 체위에 관해서는
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입맞춤이 끝나고 그들은 눕던가
헤어져 돌아가던가 할 것이다
한국 영화처럼
끝까지 다 말해버리지 말자 하지만
이 숨막히는 정적
한순간만은 다시 복사해
내 가장 숨막히는 시간 속에
걸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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