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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신부
2005.03.18 15:25
신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
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신랑
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그것을 신랑은 생각
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그렇게만 알곤 뒤
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문 돌쩌귀에 걸린 옷
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버렸
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
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
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가보니 신부
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안쓰러
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서정주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
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신랑
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그것을 신랑은 생각
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그렇게만 알곤 뒤
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문 돌쩌귀에 걸린 옷
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버렸
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
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
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가보니 신부
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안쓰러
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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