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안도현---곰장어 굽는 저녁
2005.05.10 23:03
수족관 속 곰장어는 슬퍼서 몸이 길구나
물속을 얼마나 후려치며 싸돌아다녔기에
이렇게 길쭉해졌다는 말이냐
일생이란,대가리부터 꼬리까지
그 길이 몇뺌 늘리는 일이었구나
그러나 생을 벗기는 일 또한
가만히 보니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살이 온몸을 훑으며 지나가듯
껍질은 단숨에 벗겨진다
평생 몸에 두르고 살던 껍질은 거추장스러웠으나
껍질 벗긴 다음에 드러난 알몸은 외려
부끄러운 것,그리하여 퍼덕퍼덕 몸을 떨다가
곰장어는 자신을 선선히 도마 위에 눕혔을 것이다
간장과 고추장을 몸에 바르고 지금
곰장어는 숯불 위에 올린 석쇠에 누워 있다
더는 꼬리로 바다를 후려칠 필요가 없고
다시는 뜨거운 불 위를 헤엄쳐 갈 일 없는 몸이
발긋발긋 익어가고 있다
하늘로 기어오르려나
포장마차 밖에는 눈보라의 긴 꼬리가
세상 속에다 구멍을 내는 저녁
물속을 얼마나 후려치며 싸돌아다녔기에
이렇게 길쭉해졌다는 말이냐
일생이란,대가리부터 꼬리까지
그 길이 몇뺌 늘리는 일이었구나
그러나 생을 벗기는 일 또한
가만히 보니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살이 온몸을 훑으며 지나가듯
껍질은 단숨에 벗겨진다
평생 몸에 두르고 살던 껍질은 거추장스러웠으나
껍질 벗긴 다음에 드러난 알몸은 외려
부끄러운 것,그리하여 퍼덕퍼덕 몸을 떨다가
곰장어는 자신을 선선히 도마 위에 눕혔을 것이다
간장과 고추장을 몸에 바르고 지금
곰장어는 숯불 위에 올린 석쇠에 누워 있다
더는 꼬리로 바다를 후려칠 필요가 없고
다시는 뜨거운 불 위를 헤엄쳐 갈 일 없는 몸이
발긋발긋 익어가고 있다
하늘로 기어오르려나
포장마차 밖에는 눈보라의 긴 꼬리가
세상 속에다 구멍을 내는 저녁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1 | 박주택---시간의 동공 | 윤석훈 | 2006.01.15 | 165 |
110 | 김종삼---동트는 지평선 | 윤석훈 | 2005.12.27 | 165 |
109 | 정진규---삽 | 윤석훈 | 2006.01.08 | 164 |
108 | 정현종---찬미 귀뚜라미 | 윤석훈 | 2006.01.08 | 164 |
» | 안도현---곰장어 굽는 저녁 | 윤석훈 | 2005.05.10 | 164 |
106 | 조향미---문 | 윤석훈 | 2005.12.07 | 163 |
105 | 류시화---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윤석훈 | 2005.11.24 | 163 |
104 | 윤종대---흰 밤의 유성 | 윤석훈 | 2005.05.09 | 163 |
103 | 박형권---전복 맛은 변하지 않는다 | 윤석훈 | 2006.04.09 | 162 |
102 | 한하운---목숨 | 윤석훈 | 2006.04.03 | 162 |
101 | 송재학---소래 바다는 | 윤석훈 | 2006.08.27 | 161 |
100 | 허수경---불우한 악기 | 윤석훈 | 2006.03.11 | 160 |
99 | 나희덕---치통의 역사 | 윤석훈 | 2006.01.11 | 160 |
98 | 김종삼---가을 | 윤석훈 | 2005.12.27 | 160 |
97 | 이시형---인연 | 윤석훈 | 2006.01.12 | 159 |
96 | 안도현---강 | 윤석훈 | 2005.12.27 | 159 |
95 | 이민하---삭발 | 윤석훈 | 2006.03.01 | 158 |
94 | 김병호---뱀의 시간 | 윤석훈 | 2006.02.25 | 158 |
93 | 한혜영---유년으로 | 윤석훈 | 2005.12.10 | 156 |
92 | 박형권---봄, 봄 | 윤석훈 | 2006.04.08 | 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