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고은---두고 온 시
2005.05.11 16:31
그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갓난아기로 돌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
삶은 저 혼자서
늘 다음의 파도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던 길 돌아서지 말아야겠지
그동안 떠돈 세월의 조각들
여기저기
빨래처럼 펄럭이누나
가난할 때는 눈물마저 모자랐다
어느 밤은
사위어가는 화톳불에 추운 등 쪼이다가
허허롭게 돌아서서 가슴 쪼였다
또 어느 밤은
그저 어둠 속 온몸 다 얼어들며 덜덜덜 떨었다
수많은 내일들 오늘이 될 때마다
나는 곧잘 뒷자리의 손님이었다
저물녘 산들은 첩첩하고
가야 할 길
온 길보다 아득하더라
바람 불더라
바람 불더라
슬픔은 끝까지 팔고 사는 것이 아닐진대
저만치
등불 하나
그렇게 슬퍼하라
두고 온 것 무엇이 있으리요만
무엇인가
두고 온 듯
머물던 자리를 어서어서 털고 일어선다
물안개 걷히는 서해안 태안반도 끄트머리쯤인가
그것이 어느 시절 울부짖었던 넋인가 시인가
갓난아기로 돌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
삶은 저 혼자서
늘 다음의 파도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던 길 돌아서지 말아야겠지
그동안 떠돈 세월의 조각들
여기저기
빨래처럼 펄럭이누나
가난할 때는 눈물마저 모자랐다
어느 밤은
사위어가는 화톳불에 추운 등 쪼이다가
허허롭게 돌아서서 가슴 쪼였다
또 어느 밤은
그저 어둠 속 온몸 다 얼어들며 덜덜덜 떨었다
수많은 내일들 오늘이 될 때마다
나는 곧잘 뒷자리의 손님이었다
저물녘 산들은 첩첩하고
가야 할 길
온 길보다 아득하더라
바람 불더라
바람 불더라
슬픔은 끝까지 팔고 사는 것이 아닐진대
저만치
등불 하나
그렇게 슬퍼하라
두고 온 것 무엇이 있으리요만
무엇인가
두고 온 듯
머물던 자리를 어서어서 털고 일어선다
물안개 걷히는 서해안 태안반도 끄트머리쯤인가
그것이 어느 시절 울부짖었던 넋인가 시인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 | 김수영---풀 | 윤석훈 | 2005.06.21 | 145 |
30 | 임영조---자화상 | 윤석훈 | 2005.06.10 | 127 |
29 | 나희덕---마른 물고기처럼 | 윤석훈 | 2005.06.05 | 88 |
28 | 이수명---면도날 | 윤석훈 | 2005.06.04 | 148 |
27 | 문태준---맨발 | 윤석훈 | 2005.05.22 | 261 |
26 | 박정대---아우르 강가에서 | 윤석훈 | 2005.05.22 | 181 |
25 | 문정희---러브호텔 | 윤석훈 | 2005.05.21 | 200 |
24 | 김혜순---잘 익은 사과 | 윤석훈 | 2005.05.21 | 182 |
23 | 정희성---시를 찾아서 | 윤석훈 | 2005.05.16 | 280 |
22 | 고재종---저 씻나락 담그는 풍경 | 윤석훈 | 2005.05.14 | 184 |
21 | 정호승---불면 | 윤석훈 | 2005.05.13 | 179 |
20 | 정호승---가시 | 윤석훈 | 2005.05.13 | 258 |
19 | 이수익---일몰의 노래 | 윤석훈 | 2005.05.13 | 176 |
18 | 고은---인사동 | 윤석훈 | 2005.05.11 | 201 |
» | 고은---두고 온 시 | 윤석훈 | 2005.05.11 | 169 |
16 | 고은---봄날은 간다 | 윤석훈 | 2005.05.11 | 298 |
15 | 고은---최근의 고백 | 윤석훈 | 2005.05.11 | 215 |
14 | 김수영---눈 | 윤석훈 | 2005.05.10 | 147 |
13 | 안도현---곰장어 굽는 저녁 | 윤석훈 | 2005.05.10 | 165 |
12 | 안도현---이끼 | 윤석훈 | 2005.05.10 | 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