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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아우르 강가에서

2005.05.22 15:11

윤석훈 조회 수:180 추천:7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발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
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