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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면도날

2005.06.04 03:21

윤석훈 조회 수:147 추천:7

면도날이 천천히 움직였다.

밤을 똑바로 세우려했다.
밤이 왔을 때도
밤이 사라져갈 때도
세워져 있는 밤을

또 세우려 했다.

연기가 쏟아져나오는 굴뚝을 청소했다.
검은 연기가 쫓아
굴뚝을 빠져나가려 했다.

움직일 때마다
면도날이 먼저 움직였다.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멈추지 않았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덧붙이고 덧붙이고
뜯어내고 뜯어내고 뜯어냈다.

막으려 했다.
빚으려 했다.

면도날이 천천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