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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사랑의 역사
2005.08.31 01:07
왼편으로 구불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만 하면 받치고 굳을만 하면 받치는 등 뒤의 일이
내 소관의 일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없이
여름냄새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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