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곽재구---사평역에서
2005.09.05 09:48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1 | 최창균---햇빛을 훔쳐야 한다 | 윤석훈 | 2005.10.23 | 138 |
250 | 서정춘---종소리 | 윤석훈 | 2005.12.03 | 138 |
249 | 이기인---똥 냄새 | 윤석훈 | 2006.03.01 | 138 |
248 | 류시화---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 윤석훈 | 2005.11.24 | 139 |
247 | 서울신문1 | 윤석훈 | 2015.05.07 | 139 |
246 | 김언---사건들 | 윤석훈 | 2006.02.25 | 140 |
245 | 허수경---입술 | 윤석훈 | 2005.12.04 | 141 |
244 | 박형권---공룡발자국 | 윤석훈 | 2006.04.09 | 141 |
243 | 나희덕---어 린 것 | 윤석훈 | 2005.11.22 | 142 |
242 | 이윤학---죽변* | 윤석훈 | 2005.09.07 | 142 |
241 | 김수영---풀 | 윤석훈 | 2005.06.21 | 143 |
240 | 이재무---신발을 잃다 | 윤석훈 | 2006.01.18 | 143 |
239 | 김수영---눈 | 윤석훈 | 2005.05.10 | 146 |
238 | 정현종---견딜 수 없네 | 윤석훈 | 2005.11.23 | 147 |
237 | 이수명---면도날 | 윤석훈 | 2005.06.04 | 147 |
» | 곽재구---사평역에서 | 윤석훈 | 2005.09.05 | 147 |
235 | 박재삼---천년의 바람 | 윤석훈 | 2005.09.21 | 147 |
234 | 박영교---돌에 대한 명상 | 윤석훈 | 2006.01.12 | 148 |
233 | 신해욱---마지막 기도 | 윤석훈 | 2006.02.26 | 148 |
232 | 최승호---마흔네 개의 눈사람 | 윤석훈 | 2006.01.08 |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