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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수염
2005.12.03 22:22
수염을 한동안 깎지 않았더니 마음밭이 더 황폐해져간다
좀더 황폐해져도 되리라.코끼리들이 지나간 내 마음의 강변
그 구석 어디엔가 물살에 씻긴 깨끗한 돌멩이 하나 있으리라
수염을 한동안 더 깎지 말아야겠다
턱수염을 손끝으로 만지면
손끝에서 돋아나는 베트남의 대나무 숲
호치민처럼 내 마음에 공화국 하나 세워야 하리라
황폐한 들판에 세워질 턱수염 공화국
폐 공화국으로 들어간 담배연기의 밀사들이
언젠가 콧수염 공화국으로 내면의 밀서를 갖고 돌아오리
***
박정대
1965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0년 문학사상 으로 데뷔
시집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기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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