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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향림---용마루 언덕
2005.12.09 00:15
언덕 뒤의 단선 선로엔
화물차 몇 량이 소리를 죽이며 기어간다.
건널목 늙은 간수는 보이지 않는다.
슬레이트 지붕을 미끄러지며 빠져나온
새벽바람,흔들리는 오동잎 사이로
등뼈 곧추세운 골격의 공룡 같은
아파트 단지를 올려다본다.
서둘러서 일 나온 인부들이 모닥불을 지핀다.
낡은 드럼통 속 불꽃들이 혀를 날름대며 타오른다.
달아오른 공기 속에 얼비치는 노역들
누구도 말을 건네오지 않는다.
퇴적물들이 쓸려가고 삶의 바닥까지
다 뜯기고 나면 꺼진 불꽃처럼 슬그머니
둘 곳 모르던 눈빛들을 아래로 둔다.
하나같이 어깨가 굽은 사람들 남겨두고
새벽빛 걷힌 녹슨 레일 위로 날개 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그 힘들 받치듯이
불을 켠 원조 해장국집들 비스듬히 기운
쪽문 여닫는 소리 한가하다.
***
노향림
1942년 전남 해남 출생
1970년 <월간 문학>으로 데뷔
시집 <눈이 오지 않는다>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등
화물차 몇 량이 소리를 죽이며 기어간다.
건널목 늙은 간수는 보이지 않는다.
슬레이트 지붕을 미끄러지며 빠져나온
새벽바람,흔들리는 오동잎 사이로
등뼈 곧추세운 골격의 공룡 같은
아파트 단지를 올려다본다.
서둘러서 일 나온 인부들이 모닥불을 지핀다.
낡은 드럼통 속 불꽃들이 혀를 날름대며 타오른다.
달아오른 공기 속에 얼비치는 노역들
누구도 말을 건네오지 않는다.
퇴적물들이 쓸려가고 삶의 바닥까지
다 뜯기고 나면 꺼진 불꽃처럼 슬그머니
둘 곳 모르던 눈빛들을 아래로 둔다.
하나같이 어깨가 굽은 사람들 남겨두고
새벽빛 걷힌 녹슨 레일 위로 날개 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그 힘들 받치듯이
불을 켠 원조 해장국집들 비스듬히 기운
쪽문 여닫는 소리 한가하다.
***
노향림
1942년 전남 해남 출생
1970년 <월간 문학>으로 데뷔
시집 <눈이 오지 않는다>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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