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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유년으로
2005.12.10 11:03
엘리베이터 내려가고 있었는데, 문득 깊은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에 빠지는 거였어요
누구라도 우우 하면 우우로 정직하게 받아주고
룰루랄라 노래하면 룰루랄라로 따박따박 받아주던
착한 짐승 한 마리 살고 있어
아득한 우물 속으로 말이지요
언제라도 한 뼘이 짧아 안타깝던
어린 팔뚝에 두레박 달아 간들간들 올려주던
울음을 울어도 똠방똠방
물방울 같은 소리로 예쁘게 울어대던
동그란 우물나라 주인이 오늘은 왠지
못 견디게 보고싶어지는 거였어요
감꽃 같은 눈빛을 동동 띄우고
두레박 내려올 때를 한없이 기다렸을……
*
미루나무처럼 키가 커다랗던
막내 외삼촌의 여자와 幼年에서 갓 뛰쳐나온
내가 두 눈 딱 하고 마주친 건
엘리베이터 미루나무처럼 쑥쑥 올라갈 때였지요
돌콩처럼 새카맣던 열 살에 어렴풋하게
사랑이란 걸 눈치채게 해줬던 여자
제 이파리 똑똑 끊어 편지 쓰는 여자는 참 아프겠다
정말로 아프겠다 떠나버린 남자에게 제 살 뜯어
날마다 바치는 저 미루나무……
지독했던 외삼촌의 첫사랑이 지금까지도
돌담 옆에서 서성대는 걸 이참에 봤단 말이지요
파란 양산을 빙글빙글 돌려대던 그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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