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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버려진 계집들-징과 꽹과리

2005.12.10 11:04

윤석훈 조회 수:166 추천:15

버려진 계집들
           - 징과 꽹과리

                       한혜영


두들겨 맞기나 맞는 팔자가 있었지요
가슴 먹먹할 때까지 두들겨 맞고도
가슴 활짝 열어 젖히고
때려줘요 더욱 거칠고 길게
때려주세요 몸 속에 숨어 있는 나쁜 기운
소리란 소리들은 전부 기어 나올 때까지
팔자도 더럽게 사나운 이놈의 가슴팍을
팡팡 치고 꽝꽝 때려주세요 제발이지
동네 아이들은 여자가 풀어놓은 길다란
울음 띠를 따라서 山門까지 갔다가
파란 입술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가엾은 혼령들의 길을 이끌어도 줬던 여자,
맞아야만 펄펄 힘이 나는 팔자를 가지고
태어난 두 것들이 어쩌다가
이처럼 아득한 異國까지 흘러온 것일까요
이미 벙어리가 되어 벼룩시장에 버려졌던
두 여자의 손목을 잡고 가자가자
우리 집으로 데려왔지만
나는 내가 오래 전부터 서럽게 걸려있던
벽 옆에 또 하나의 굵은 대못을 쾅쾅
치는 수밖에, 두 것들의 울음을
시원스럽게 터트려 주질 못해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