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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물 좀 가져다 주어요

2006.01.08 00:54

윤석훈 조회 수:167 추천:15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은 청동으로 된 시간, 차가운 시간 속에
저렇게 뜨겁게 자라는 군인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땅 속에서 감
자는 아직 감자의 시간을 사네 다행이군요, 땅 속에서 땅사과가
아직도 열리는 것은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땀을 역청처럼 흘
리네

  물 좀 가져다주어요 물은 별보다 멀리 있으르로 별보다 먼 곳
에 도달해서 물을 마시기에는 아이들의 다리는 아직 작아요 언젠
가 군인이 될 아이들이 스물 해 정도만 살 수 있는 고대인이지요,
옥수수를 심을 걸 그랬어요 그랬더라면 아이들이 그 잎 아래로
절 숨길 수 있을 것을 아이들을 잡아먹느라 매일매일 부지런한
태양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을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저 푸른 마스크를 쓴 이는 누구의 어
머니인가, 저 어머니들의 얼굴에 찍혀 있는 청동의 총, 저 아이들
끌고 가는 피곤한 얼굴의 사람들은 아이들의 어머니인가 원숭이
고기를 끓여 아이에게 주는 푸른 마스크를 쓴 어머니에게 제발
아이들의 안부 좀 전해주어요 아이들이 자라는 그 청동의 시간
도, 그 뜨거운 군인이 될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