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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삽

2006.01.08 05:04

윤석훈 조회 수:164 추천:17

  삽이란 발음이,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땅을 여는 연
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
까 속내가 있다 삽,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그
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한 자정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자루로 너를 파고자 했다 내 무덤 하
나 짓고자 했다 했으나 왜 아직도 여기인가 삽,젖은 먼지 내 나는
내 곳간,구석에 기대 서 있는 작달막한 삽 한 자루,닦기는 내가 늘
빛나게 닦아서 녹슬지 않았다 오달지게 한번 써볼 작정이다 삽,오
늘도 나를 염하며 마른 볏집으로 한나절 너를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