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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치통의 역사

2006.01.11 06:42

윤석훈 조회 수:160 추천:15

  치통을 낫게 하는 아시리아의 주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누가 하늘을 만든 후
  하늘이 대지를 만들고,
  대지가 강을 만들고,
  강이 운하를 만들고,
  운하가 못을 만들고,
  못이 벌레를 만들었다.

  이렇게 태어난 벌레는 사마쉬와 에아에게 가서 울며 먹을 것
을,파괴할 것을 달라고 했다.신들은 벌레에게 과일을 주었으
나 벌레는 인간의 치아를 요구하였다.아누가 하늘을 만든 후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못에서 태어났을까.

  언제부턴가 인간은 치통을 달래기 위해 주문을 외우지 않는
다.신 대신 의사를 길러낼 학교를 세우고,벌레를 몰아낼 병원
을 지었다.약품과 물자를 나르기 위해 자동차를 만들고,커다
란 배와 비행기를 만들었다.얼마 뒤에 대형 선박의 난파가 발
명되었고,비행기의 참사가 발명되었다.아누가 하늘을 만든 후
얼마나 많은 비행기들이 공중에서 사라졌을까.

  치통에서 시작된 발명의 역사는 거대한 버섯구름으로 피어오
른다.
  그 연기와 화염 속에 인간이 벌레처럼 오글거리고 있다.

  아누가 하늘을 만든 후
  하늘이 비행기를 삼키고,
  비행기가 인간을 삼키고,
  인간이 벌레를 삼키고,
  벌레는 서로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