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박정만---오지 않는 꿈
2006.01.25 03:11
초롱의 불빛도 제풀에 잦아들고
어둠이 처마 밑에 제물로 깃을 치는 밤,
머언 산 뻐꾹새 울음 속을 달려와
누군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문을 열고 내어다보면
천지는 아득한 흰 눈발로 가리워지고
보이는 건 흰눈이 흰눈으로 소리없이 오는 소리 뿐
한 마장 거리의 기원사(祈願寺) 가는 길도
산허리 중간쯤에서 빈 하늘을 감고 있다.
허공의 저 너머엔 무엇이 있는가.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풀뿌리같이
저마다 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나는 꿈마저 오지 않는 폭설에 갇혀
빈 산이 우는 소리를 저 홀로 듣고 있다.
아마도 삶이 그러하리라.
은밀한 꿈들이 순금의 등불을 켜고
어느 쓸쓸한 벌판길을 지날 때마다
그것이 비록 빈 들에 놓여 상할지라도
내 육신의 허물과 부스러기와 청춘의 저 푸른 때가
어찌 그리 따뜻하고 눈물겹지 않았더냐.
사랑이여,
그대 아직도 저승까지 가려면 멀었는가.
제 아무리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아니하고
제 아무리 잠이 깊어도 꿈은 아니 오는 밤,
그칠 새 없이 내리는 눈발은
부칠 곳 없는 한 사람의 꿈없는 꿈을 덮노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1 |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석훈 | 2005.11.05 | 131 |
230 | 반칠환---무인도 | 윤석훈 | 2005.11.05 | 117 |
229 | 박찬---적막 | 윤석훈 | 2005.11.05 | 102 |
228 | 고재종---국외자 | 윤석훈 | 2005.11.05 | 90 |
227 | 신현림---자화상 | 윤석훈 | 2005.11.22 | 98 |
226 | 정호승---수선화에게 | 윤석훈 | 2005.11.22 | 96 |
225 | 고재종---날랜 사랑 | 윤석훈 | 2005.11.22 | 108 |
224 | 이윤학---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 윤석훈 | 2005.11.22 | 90 |
223 | 나희덕---어 린 것 | 윤석훈 | 2005.11.22 | 142 |
222 | 복효근---순천만 갈대숲 | 윤석훈 | 2005.11.22 | 111 |
221 | 김언---책을 덮고서 | 윤석훈 | 2005.11.22 | 103 |
220 | 나희덕---여, 라는 말 | 윤석훈 | 2005.11.22 | 124 |
219 | 이화은---아름다운 도반 | 윤석훈 | 2005.11.22 | 117 |
218 | 이오덕---빛과 노래 | 윤석훈 | 2005.11.22 | 127 |
217 | 이형기---낙화 | 윤석훈 | 2005.11.22 | 309 |
216 | 정현종---견딜 수 없네 | 윤석훈 | 2005.11.23 | 147 |
215 | 류시화---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 윤석훈 | 2005.11.24 | 139 |
214 | 류시화---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윤석훈 | 2005.11.24 | 163 |
213 | 류시화---길 위에서의 생각 | 윤석훈 | 2005.11.27 | 192 |
212 | 권혁웅---빛의 제국2 | 윤석훈 | 2005.11.28 | 1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