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이재무---어린 새의 죽음
2006.02.08 04:42
아침 숲길 걷다가 푸른 죽음을 본다
벌써 굳어 선지가 되어버린 피,
송판처럼 딱딱해진 죽음 손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모든 죽음은 산 자들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한다 비록 그것이 비명횡사일지라도
삶의 옷깃 여미게 하는 것이다
그가 남긴 짧지만 두꺼운 서사를 읽는 동안
수목 사이 응얼응얼 걸어오는 바람의 기도 소리와
고른 바닥 굴러가는 청량한 물의 독경 소리가
목도리인 양 추워 가늘게 떠는 어깨 감싼다
죽음을 살아오는 동안 그는 과연 자유를 껴입고
즐거웠을까 장 속의 새가 부러웠을까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하지만
자유 없는 비참과 양식 없는 고통을
저 흔한 인습의 저울추로 잴 수는 없다
양지바른 언덕 짧게 살다 간
투명한 영혼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
묘비명 새겨 마음의 방에 걸어둔다
이제 곧 부패의 시간이 그를 다녀가리라
그는 한 마리 벌레 한 그루 나무
한 포기의 풀로 몸 바꿔 또 다른 생 경영하리라
그의 때 이른 죽음에 내 지나온 생과
다가올 생 포개 심고 돌아와
정결히 손 씻고 밥 한 그릇 달게 비운다
벌써 굳어 선지가 되어버린 피,
송판처럼 딱딱해진 죽음 손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모든 죽음은 산 자들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한다 비록 그것이 비명횡사일지라도
삶의 옷깃 여미게 하는 것이다
그가 남긴 짧지만 두꺼운 서사를 읽는 동안
수목 사이 응얼응얼 걸어오는 바람의 기도 소리와
고른 바닥 굴러가는 청량한 물의 독경 소리가
목도리인 양 추워 가늘게 떠는 어깨 감싼다
죽음을 살아오는 동안 그는 과연 자유를 껴입고
즐거웠을까 장 속의 새가 부러웠을까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하지만
자유 없는 비참과 양식 없는 고통을
저 흔한 인습의 저울추로 잴 수는 없다
양지바른 언덕 짧게 살다 간
투명한 영혼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
묘비명 새겨 마음의 방에 걸어둔다
이제 곧 부패의 시간이 그를 다녀가리라
그는 한 마리 벌레 한 그루 나무
한 포기의 풀로 몸 바꿔 또 다른 생 경영하리라
그의 때 이른 죽음에 내 지나온 생과
다가올 생 포개 심고 돌아와
정결히 손 씻고 밥 한 그릇 달게 비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1 | 최창균---햇빛을 훔쳐야 한다 | 윤석훈 | 2005.10.23 | 138 |
250 | 서정춘---종소리 | 윤석훈 | 2005.12.03 | 138 |
249 | 이기인---똥 냄새 | 윤석훈 | 2006.03.01 | 138 |
248 | 류시화---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 윤석훈 | 2005.11.24 | 139 |
247 | 서울신문1 | 윤석훈 | 2015.05.07 | 139 |
246 | 김언---사건들 | 윤석훈 | 2006.02.25 | 140 |
245 | 허수경---입술 | 윤석훈 | 2005.12.04 | 141 |
244 | 박형권---공룡발자국 | 윤석훈 | 2006.04.09 | 141 |
243 | 나희덕---어 린 것 | 윤석훈 | 2005.11.22 | 142 |
242 | 이윤학---죽변* | 윤석훈 | 2005.09.07 | 142 |
241 | 김수영---풀 | 윤석훈 | 2005.06.21 | 143 |
240 | 이재무---신발을 잃다 | 윤석훈 | 2006.01.18 | 143 |
239 | 김수영---눈 | 윤석훈 | 2005.05.10 | 146 |
238 | 정현종---견딜 수 없네 | 윤석훈 | 2005.11.23 | 147 |
237 | 이수명---면도날 | 윤석훈 | 2005.06.04 | 147 |
236 | 곽재구---사평역에서 | 윤석훈 | 2005.09.05 | 147 |
235 | 박재삼---천년의 바람 | 윤석훈 | 2005.09.21 | 147 |
234 | 박영교---돌에 대한 명상 | 윤석훈 | 2006.01.12 | 148 |
233 | 신해욱---마지막 기도 | 윤석훈 | 2006.02.26 | 148 |
232 | 최승호---마흔네 개의 눈사람 | 윤석훈 | 2006.01.08 |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