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

2010.05.10 03:52

김수영 조회 수:56

꿈꾸는 자                                                                                                                        金秀映     영롱한 꿈을 가진 자는 별처럼 삶이 반짝인다. 활기가 넘치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샘물처럼 솟구친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오뚝이처럼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다시 도전한다. 이처럼 꿈을 가진 자는 패배의 잔을 마시더라도 그것을 발판으로 재기하는 모습이 눈물 겹도록 아름답다.     꿈은 우리의 희망이요, 소망이다. 꿈을 잃어버린 자는 삶이 무미건조하고 하루살이 벌래처럼 그냥 하루하루 삶을 이어나갈 따름이다. 꿈이 없으니 꿈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 없다.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갈 뿐이다.     실제 꿈에도 악몽이 있고, 잡몽이 있고 영몽이 있듯이, 미래에 대한 꿈도 추한 꿈을 가지면 안 되고 건전하고 아름다운 꿈을 가져야 한다. 장래에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어 사회에 이바지하고 국가에 공헌하며 값진 인생을 살까 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설계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매진해야 된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식  허황된 꿈이 아니라 내가 착실히 노력하면 미래에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건전한 꿈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살아 가는 동안 무서운 세파에 시달리고 고난에 직면하게 되면 꿈이 산산이 조각 나는 수가 있다. 그럼에도 끝까지 꿈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매진할 때 꿈을 성취하는 위대한 인물들이 주위에 허다하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마 테를 링크의 ‘파랑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아픈 딸을 위해  행복을 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치르치르와 니치르 둘은 요술쟁이 할머니 부탁을 받고 여러 요정과 ‘추억의 나라'‘밤의 궁전’ ‘미래의 나라’ 등 신기한 세계를 여행하지만,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파랑새를 찾기 온 정성을 쏟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자기 집 새장 속의 새가 파랑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명작이다.    ‘파랑새’의 주인공들처럼 행복이란 아주 가까운 곳 혹은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시사 하듯이 자기의 꿈이 남이 보기에는 하잖은 것 같에도 그 사람의 능력과 학력과 재력에 비추어 보아서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살았다면 비록 보잘것없는 꿈의 성취라 해도  그 사람에게는 가치  있는  꿈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객관적으로 보아서 모든 사람이 감탄하는 그런 어마 어마한 꿈의 성취가 아니라도 조그마한 소박한 꿈을 이룬 그 사람에게도 나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나도 남들처럼 소박한 꿈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따고 대학교수가 되고  또 문필가가 되어서  좋은 글을 많이 써서 책으로 남기고 싶은 그런 평범한 꿈이  학창 시절에 갖고 있었다.     나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대학을 졸업하기 전 우선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내 이름을 고치는 일이었다. 남자 이름처럼 발음이나 뜻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릴 때 부터 괴로워 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친구들이 남자이름 같다며 놀려 대어 속 상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어떻게든 내 이름을 고치고 말겠다고 결심이 대단했다.  그 누구도 내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6.25 전쟁 직후 이름을 개명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6.25 전쟁 이후 이북 공산당과 손잡고 죄 없는 민간을 학살하는데 가담한 빨갱이 소위 ‘좌익’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이름들을 많이 바꾸어 딴 사람 행세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판을 해서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절대로 개명을 해 주지 않았다.     나는 개명 신청을 해놓고 재판 날만 초조하게 기다렸다. 졸업장과 졸업사진에 새 이름 으로 나와야 하는데 졸업 전에 재판이 잘 끝나 개명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재판날이 다가와서 판사 앞에서 무엇으로 개명 이유를 밝힐 것인가  나는 많은 궁리를 했다.     재판 날  판사는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백히 말해 보세요.” 라고 나를 다그쳤다.  그 당시 어디서 그런 담대함이 나왔는지 대답을 해 놓고도 나 자신에게 놀랐다.    “판사님, 저는  모  대학교 졸업반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재학생입니다. 문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장래에  문필가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남자 이름으로 문필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여자는 이름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저는 새이름 “김수영”이가 좋습니다. 저는 기필코  문필가로 성공하고 싶으니 판사님 저의 소원을 제발 들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나는 목멘 소리로 간절히 호소했다. 나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판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학교 재학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가지고 와 제출하라고 했다.  내가  한 말이 진실인지 판사는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틀림이 없었다.     서류를 다 제출 한 후 개명을 허락하는 판결을 받았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콧등이 새 큰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가족들은  내가 개명에 성공했다고 말했을 때  개명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나를  격려하며 칭찬해 주었다.     재판 후 개명이 되어 졸업장과 사진이 모두가 새 이름으로 나와서 좋았는데 친구들이  어리둥절 하여 새 이름에 익숙지가 않아 한동안 옛 이름을 계속 불러 주었다.     판사 앞에서 문필가가 되겠다고 다짐한후 최근에 와서야 수필가로 등단했지만 나에겐 소중한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서 왜 나의 꿈 성취가 이렇게 오래 지연되었나 생각해 보았다.  나의 꿈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앗아간 질병으로 좌절과 고난 속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고난이 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보석이 되어 내가 글을 쓸수있는 초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모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품으라”(“Boys, be  ambitious!”) 청소년 때 꿈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향해 매진하면 그 꿈이 곧바로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그녀의 꿈이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성취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녀 의  피눈물나는 노력의 결과로 당연히 얻어진 결과겠지만 그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쾌재를 부르고 싶다.     허나 나는 비록 내 꿈이 오랜 세월 끝에 이루어졌다 해도 나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을 갖고 남은 생을 글 쓰는 일에 열심을 낼 것이다.  내 마음이 꿈을 향해 불타는 이상  나는 청춘을 구가하며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