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강은교---너를 사랑한다
2006.05.18 14:47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1 | 송재학---소래 바다는 | 윤석훈 | 2006.08.27 | 161 |
210 | 한하운---목숨 | 윤석훈 | 2006.04.03 | 162 |
209 | 박형권---전복 맛은 변하지 않는다 | 윤석훈 | 2006.04.09 | 162 |
208 | 윤종대---흰 밤의 유성 | 윤석훈 | 2005.05.09 | 163 |
207 | 류시화---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윤석훈 | 2005.11.24 | 163 |
206 | 조향미---문 | 윤석훈 | 2005.12.07 | 163 |
205 | 안도현---곰장어 굽는 저녁 | 윤석훈 | 2005.05.10 | 164 |
204 | 정현종---찬미 귀뚜라미 | 윤석훈 | 2006.01.08 | 164 |
203 | 정진규---삽 | 윤석훈 | 2006.01.08 | 164 |
202 | 김종삼---동트는 지평선 | 윤석훈 | 2005.12.27 | 165 |
201 | 박주택---시간의 동공 | 윤석훈 | 2006.01.15 | 165 |
200 | 류시화---십일월,다섯 줄의 시 | 윤석훈 | 2005.11.30 | 166 |
199 | 한혜영---버려진 계집들-징과 꽹과리 | 윤석훈 | 2005.12.10 | 166 |
198 | 신현정---개똥 | 윤석훈 | 2006.03.11 | 166 |
197 | 천양희---단추를 채우면서 | 윤석훈 | 2005.09.21 | 167 |
196 | 이경림---노래 | 윤석훈 | 2005.12.10 | 167 |
195 | 허수경---물 좀 가져다 주어요 | 윤석훈 | 2006.01.08 | 167 |
194 | 장이지---너구리 저택의 눈 내리는 밤 | 윤석훈 | 2006.03.01 | 167 |
193 | 고은---두고 온 시 | 윤석훈 | 2005.05.11 | 168 |
192 | 김명수---바다의 눈 | 윤석훈 | 2005.12.14 | 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