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이병률---별의 각질
2006.07.24 09:55
애초 내가 맡은 일은 벽에 그려진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여 도화지에 옮
겨 그리는 일이었다 이 부러진 가지 끝에 잎이 달렸을까 이 기와 끝으로
매달린 것이 하늘이었을까 하루 이틀 상상하는 일을 마치고 처음 한 일은
붓으로 벽을 터는 일이었다 벽에다 말을 걸 듯 천천히
도저히 겹쳐지지가 않는 다른 그림이 나왔다 누군가 흰 칠을 해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가 하여 벽 한 귀퉁이를 분할한 다음
붓으로 다시 열흘을 털었다
연못이 그려져 흐르고 있었다 다시 다른 구석을 닷새를 터니 악기를 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는 성지기가,죽은 물고기가
올려져있는 천칭의 한 쪽 모습도 보였다
흰 칠을 하고 바람이 지나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지워지면 다시 흰 칠
을 하여 그림을 올리고
다시 흰 칠과 그림을 그려 흰 칠과 그림이 누대를 교차하는 동안 강이
불어나고 피가 튀고 폭설이 내려 수천의 별들이 번지고 내밀한 것처럼 밀
리고 씻기고 쓸려져 말라갔던 벽
벽을 찔러 조심스레 들어내어 박물관으로 옮기면서 육백여 년 동안 그
려진 그림이 수십 겹이라는 사실에 미어지는 걸 받치느라 나는 가매지고
무거워진다 책 냄새를 맡는다 살 냄새였던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1 |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석훈 | 2005.11.05 | 131 |
230 | 반칠환---무인도 | 윤석훈 | 2005.11.05 | 117 |
229 | 박찬---적막 | 윤석훈 | 2005.11.05 | 102 |
228 | 고재종---국외자 | 윤석훈 | 2005.11.05 | 90 |
227 | 신현림---자화상 | 윤석훈 | 2005.11.22 | 98 |
226 | 정호승---수선화에게 | 윤석훈 | 2005.11.22 | 96 |
225 | 고재종---날랜 사랑 | 윤석훈 | 2005.11.22 | 108 |
224 | 이윤학---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 윤석훈 | 2005.11.22 | 90 |
223 | 나희덕---어 린 것 | 윤석훈 | 2005.11.22 | 142 |
222 | 복효근---순천만 갈대숲 | 윤석훈 | 2005.11.22 | 111 |
221 | 김언---책을 덮고서 | 윤석훈 | 2005.11.22 | 103 |
220 | 나희덕---여, 라는 말 | 윤석훈 | 2005.11.22 | 124 |
219 | 이화은---아름다운 도반 | 윤석훈 | 2005.11.22 | 117 |
218 | 이오덕---빛과 노래 | 윤석훈 | 2005.11.22 | 127 |
217 | 이형기---낙화 | 윤석훈 | 2005.11.22 | 309 |
216 | 정현종---견딜 수 없네 | 윤석훈 | 2005.11.23 | 147 |
215 | 류시화---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 윤석훈 | 2005.11.24 | 139 |
214 | 류시화---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윤석훈 | 2005.11.24 | 163 |
213 | 류시화---길 위에서의 생각 | 윤석훈 | 2005.11.27 | 192 |
212 | 권혁웅---빛의 제국2 | 윤석훈 | 2005.11.28 | 1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