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이병률---겹
2006.07.25 01:18
나에겐 쉰이 넘은 형이 하나 있다
그가 사촌인지 육촌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모른다
태백 어디쯤에서, 봉화 어디쯤에서 돌아갈 차비가 없다며
돈을 부치라고 하면 나에게 돌아올 것이 아닌 형에게
삼 만원도 부치고 오 만원도 부친다
돌아와서도 나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형이
또 아주 먼 곳에서 돈이 떨어졌다며
자신을 데려와 달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는 그가 관계인지 높이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잘 모른다
단지 그가 더 멀리 먼 곳으로 갔으면 하고 바랄 뿐
그래서 오 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고
십 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며
그의 갈라진 말소리에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어느 먼 바닷가에서 행려병자 되어 있다는
누군가의 연락이 왔을 땐 그의 낡은 지갑 속에
내 전화번호 적힌 오래된 종이가 있더라는 것
종이 뒤에는 내게서 받은 돈과 날짜들이
씨알같이 적혀 있더라는 것
어수룩하게 그를 데리러 가는 나는 도착하지도 않아
그에게 종아리이거나 두툼한 옷이거나
그도 아니면 겹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
어디 더 더 먼 곳에서 자신을 데려와 달라고 했으면 하고
자꾸 바라고 또 바랄 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1 | 전형철 --- 라인댄스의 기원을 찾아서 | 윤석훈 | 2007.10.24 | 290 |
270 | 김명인---꽃을 위한 노트 | 윤석훈 | 2006.05.17 | 288 |
269 | 최승호---몸 | 윤석훈 | 2006.09.17 | 287 |
268 | 안도현----느티나무 여자 | 윤석훈 | 2006.07.14 | 287 |
267 | 이중기 --- 통쾌한 꿈 | 윤석훈 | 2007.03.23 | 284 |
266 | 오탁번---우리 시대의 시창작론 | 윤석훈 | 2006.03.30 | 283 |
265 | 허만하 --- 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 윤석훈 | 2010.10.29 | 282 |
264 | 임혜신 --- 하얀 蘭 | 윤석훈 | 2008.03.22 | 282 |
263 | 이재무 --- 깊은 눈 | 윤석훈 | 2008.03.11 | 282 |
262 | 문성해 --- 귀로 듣는 눈 | 윤석훈 | 2009.04.22 | 281 |
261 | 정희성---시를 찾아서 | 윤석훈 | 2005.05.16 | 279 |
260 | 함민복---감나무 | 윤석훈 | 2006.05.20 | 276 |
259 | 이규리---그 비린내 | 윤석훈 | 2006.10.02 | 274 |
258 | 장석남---새로 생긴 저녁 | 윤석훈 | 2006.10.29 | 273 |
257 | 장석남---얼룩에 대하여 | 윤석훈 | 2006.10.29 | 267 |
» | 이병률---겹 | 윤석훈 | 2006.07.25 | 265 |
255 | 장정일---주목을 받다 | 윤석훈 | 2006.10.15 | 264 |
254 | 한광구---바늘 | 윤석훈 | 2006.08.01 | 264 |
253 | 문성해---아랫도리 | 윤석훈 | 2006.08.01 | 262 |
252 | 윤석산---안전 빵 | 윤석훈 | 2007.10.22 | 2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