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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겹
2006.07.25 01:18
나에겐 쉰이 넘은 형이 하나 있다
그가 사촌인지 육촌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모른다
태백 어디쯤에서, 봉화 어디쯤에서 돌아갈 차비가 없다며
돈을 부치라고 하면 나에게 돌아올 것이 아닌 형에게
삼 만원도 부치고 오 만원도 부친다
돌아와서도 나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형이
또 아주 먼 곳에서 돈이 떨어졌다며
자신을 데려와 달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는 그가 관계인지 높이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잘 모른다
단지 그가 더 멀리 먼 곳으로 갔으면 하고 바랄 뿐
그래서 오 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고
십 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며
그의 갈라진 말소리에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어느 먼 바닷가에서 행려병자 되어 있다는
누군가의 연락이 왔을 땐 그의 낡은 지갑 속에
내 전화번호 적힌 오래된 종이가 있더라는 것
종이 뒤에는 내게서 받은 돈과 날짜들이
씨알같이 적혀 있더라는 것
어수룩하게 그를 데리러 가는 나는 도착하지도 않아
그에게 종아리이거나 두툼한 옷이거나
그도 아니면 겹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
어디 더 더 먼 곳에서 자신을 데려와 달라고 했으면 하고
자꾸 바라고 또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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