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이는 창

2010.05.13 15:02

안경라 조회 수:38

창가 옆에서 죽은 풍경으로 있던 누우런 이파리에 가위를 댄다 몸을 숙여 저들을 보니 하늘에 파아란 보를 깔고 누워 생이 되지 못한 채 고요하다 머리에서 발 끝까지 모든 기억과 행보를 지우고 시들은 위장을 칼에 맡긴 착한 자매 깜부기 같은 암 닦이지 않는 밥 그릇 하나 힘겹게 내 주고 있다 쌀바가지처럼 둥근 불빛 아래 낙화하는 뼈의 눈물, 피 속 쓰린 이민 삶이 소리없이 흐르고 혼미한 잠 사라진 백지 위에서 표절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생, 내 언어 안으로도 얼마나 예리한 칼 들어 왔었던가 건강한 시의 몸을 위해 쳐 내야 했던 가지들 햇살 잘 드는 부엌 창가 병든 잎 떨어져 나간 패랭이 꽃대 마디 마디 푸른 살 오르고 있다. 그녀의 몸 어딘가에도 하늘 환히 보이는 창 하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