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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 --- 도굴
2007.03.25 18:07
나는 밤이면
호리꾼이 된다
잘 벼른 쇠꼬챙이며
삽과 곡괭이를 메고
산과 벌판을 헤맨다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
이 나라의 고분군이며
왕릉이나 절터에 가서
잠 못 들고 있는
금은장식품이나 사금파리의 소리를 캔다
때로는 명사산 언덕
돈황 막고굴 어디쯤에 묻혀 있을지도 모를
혜초가 지니던 불상이나
벼루 따위를 뒤져보기도 하고
모래바람에 묻힌 지하궁전에 들어가
어느 제왕이 죽음으로 껴안은
순장殉葬의 어린 계집애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밤이면 나는
피흘리듯 땅을 파지만
내가 훔친 것은
햇빛을 보면 사라지는
꿈의 먼지일 뿐.
이근배 시집 <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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