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목로주점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향나무 상자 속의 울음하나

2007.02.28 06:24

안경라 조회 수:172 추천:24

선배님, 권기순님의 시들을 이곳에 올려 놓습니다. '독자마당'은 아직 풀어 놓지 않으셨네요. 그곳에 올려놓고 싶었는데... ------------------------- 향나무 상자속의 울음 하나 향나무 상자를 열고 가는 목걸이를 집어 드는데 섬세한 사슬이 흔들리다가 브로치에 매달린 은빛 핀을 건드렸다 문득 그가 울었다 무슨 현의 울림처럼 슬픈 음 하나 툭, 떨어트리듯 작고 가냘픈 몸을 떨며 울었다 그도 우는 법을 알고 있구나 나는 들고 있던 목걸이를 떨어뜨릴 번했다 저 순간에 사라지는 너무도 짧은 울음이여! 일생에 단 한 번 운다는 가시나무새는 죽을 때 울고 간다는데 누구도 우는 법을 잊지 않는다 슬픔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울음은 몸이 먼저 알기 때문다 존재는 모두 우는 법을 알고있다 ------------------------------ 연기 어둠을 떠미는 손이 보이지 않게 푸른빛으로 천천히 스미듯 새벽이 들어서고 있다 모든 청색은 새벽빛을 닮고 싶지 않을까 나는 묻고 있는데 푸른빛 속으로 야윈 연기가 야위어서 가녀린 연기가 느릿느릿 피어나는게 보였다 청빈하다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청빈하다 몇 그릇 밥을 짓기 위해 나무는 여문 불길로 타오르고 한 줌 재를 남기며 연기는 또 청빈하게 사라지나 밥 짓는 연기가 그리운 지금에야 알게 되었으니 늦지는 않게 나도 청빈한 연기로 사라지고 싶다 -------------------------------- 눈물에게 오래 울고 나면 찬 개울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느낌 영혼까지 환해지는 느낌 비에 씻긴 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잡히는 것 처럼 눈물에 씻긴 세상이 부시게 다가오는 느낌 마른 흐느낌이 간간히 어깨를 흔들고 젖은 숨결이 물기를 채 거두지 못해도 슬펐던 것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더없이 고요해지면 참 맑은 힘이 내안에서 나를 떠민다 아직 아무도 두레박을 내리지 않은 새벽 우물처럼 고일 일만 남은 길어 올릴 일만 남은 그 서늘한, 서늘한 힘! --------------------- 아버지가 부르던 어머니 이름 아주 가끔 아버지는 어머니 이름을 불렀다 불현듯이 빈 마당에 들어설 때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찾을 때 이름을 불렀다 부드럽다거나 간절하다거나 그런 여운도 나는 좋았지만 아버지가 부르고나면 어머니 이름은 저녁연기처럼 애잔하게 피어올라 눈물 돌게하는 것이 좋았다 그가 부르는 그녀의 이름에는 세상의 슬픈 저녁이 스며있고 어두워질 때까지 검불을 줍던 서러운 들판의 풀꽃향기가 스며있고 그가 부르는 그녀의 이름에는 숨어서 그 여자를 훔쳐보다 나무를 붙들고 울던 겨울 전나무 숲이 있고 아기를 업은 발걸음이 헛발만 디디던 젊은 날의 절망이 있고 그가 부르는 그녀의 이름에는 월남하다 감옥으로 간 남편을 위해 마른 검불로 불을 지펴 한줌의 흰밥을 짓던 어둑한 새벽이 있고 매징당한 상처를 어루만지며 등 뒤에서 눈물을 쏟던 울분의 밤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나면 아, 아련한 뗏목하나 미끄러지듯 흘러왔으니 오늘, 아버지가 부르던 어머니 이름이 듣고싶다 그 이름이 사무치게 듣고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한잎의 女子----오규원 윤석훈 2007.03.04 170
» 향나무 상자 속의 울음하나 안경라 2007.02.28 172
171 고마움 file 정해정 2007.02.28 149
170 Thank you~ 신 소피아 2007.02.22 164
169 봄소식 file 해정 2007.02.20 159
168 설날 그레이스 2007.02.18 167
167 전통설 세배 이기윤 2007.02.16 141
166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요~ 배송이 2007.02.16 148
165 Happy Valentine's Day!! 강학희 2007.02.14 135
164 웃음 초코렛 ^^* 백선영 2007.02.14 134
163 봄 아줌마 오연희 2007.02.14 155
162 봄 소식 권태성 2007.02.13 144
161 물의 노래를 듣고 반가웠습니다 잔물결 2007.02.06 164
160 여우가 있다면... file 오연희 2007.02.05 170
159 확인 강성재 2007.01.28 177
158 김종회교수와의 번개간담회 김영교 2007.01.24 280
157 방문 고마움 달샘 정해정 2007.01.21 144
156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자기점검 (퍼옴) 윤석훈 2007.01.21 154
155 잘 받았습니다 강성재 2007.01.19 144
154 향기로운 발자국 박정순 2007.01.15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