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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 시들지 말아라 원추리꽃
2007.10.24 07:15
백 년 전에도 너는 그렇게 아름다왔다
서울시립미술관 이층 전시실에서
발뒤꿈치의 시간을 뜯어내고 내려온
모네의 원추리꽃
시들지 말아라 여인이여
해 뜨면 하늘 푸르러지고
죽었던 짐승도 노래 속에 다시 살아난다
내가 돌아볼 때까지 눈물을 닦고
거기 서 있어라 길고도 슬픈 목을 세우고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살그머니 돌층계에 앉는 바람
당신이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 한 잔
우리들 사랑도 이처럼 쓰고 또한 달콤했거니
세월이 가도 시들지 말아라
꽃이여 내 여인이여
아직은 당신의 이름 불러줄 사람
저 어두운 지하철역 출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시들지 말아라 오랜 옛날에도 아름다웠던 사랑
오늘 다시 네 앞에 꽃 피울 사람 있으니
2007년 <문학과 창작> 가을호에서
강인한 : 전북대 국문과 졸업. 67년 조선일보 등단
시집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등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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