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서재 DB

목로주점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전쟁을 위한 결심

2008.04.23 14:10

윤석훈 조회 수:526 추천:13

  
당분간 나는 백수를 선언한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최단기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모든 것 손에서 놓고

그야말로 무중력의 공간에 나를 맡기고 새소리를 듣는다.

저리도 즐거운 새들의 합창을 귀를 세워 듣는다.

집안 가득 음악이 흐르고 나는 안방 침대에 반쯤 누워

이 글을 쓰고 있다. 잠시 후에는

이즈음엔 늘 그렇듯이 내가 처한 현상에 충실할 것이다.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용감한 군인이 되어

싸우러 나갈 것이다. 암세포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7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모든 것- 밥을 먹는 것,상황버섯 달인 물을 먹는 것,

비타민 두 알 먹는 것,기도하는 것,사랑하는 것,친구들을 생각하는 것,

책을 읽는 것,글을 쓰는 것,걷는 것,달구경하는 것, 일출을 보는 것-

그 모든 것들은 최상의 무기가 될 것이고

그것만으로 녀석은 치명상을 입을 것임으로, 나는 거뜬해 질 것이다.

바둑에 있는 꽃놀이 패 생각이 난다.

내가 놓인 이 상황이 꽃놀이 패라는 생각.

깊고도 푸른 평안이 감싸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꽃밭에서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은 청명한 하늘에서

바라다 보는 저 넓은 내 사랑의 해변을

유유히 걸어가는 새로운 삶의 발걸음과

천천히 걸어가는 천국의 발걸음이 보인다.

아 이 평화의 지경을 나 언제 걸어 보았나?

이만하면 참으로 백년이 부러울까.천년이 부러울까?


위하여 기도하는 모든 손들 위에 밝고도 환한 축복이 내리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사람 장태숙 2008.04.28 313
292 무지개를 보라 짝사랑 2008.04.26 252
291 서바이버의 윙크 file 남정 2008.04.25 275
290 이렇게 한 편 이성열 2008.04.24 226
289 섬에 갇히다 백선영 2008.04.24 299
» 전쟁을 위한 결심 윤석훈 2008.04.23 526
287 랜디 포시 윤석훈 2008.04.17 251
286 내 글 한번 보게 2008.04.13 286
285 임혜신 --- 하얀 蘭 윤석훈 2008.03.22 236
284 임혜신 --- 검은 비 2 윤석훈 2008.03.22 269
283 백년이 가도 낳지 않는 병 오연희 2008.03.19 241
282 쉽지 않았을 결정 윤석훈 2008.02.29 263
281 아우야 2008.02.28 257
280 감사,감사의 말씀 강성재 2008.02.22 229
279 기골 장대한 윤석훈 2008.02.06 211
278 Good Morning Everybody ! 백선영 2008.02.05 185
277 사람이 되고 싶은 무우가 있었네 윤석훈 2008.01.29 210
276 무우 오연희 2008.01.29 248
275 주소 좀.... 강학희 2008.01.17 197
274 안부와 주소 정정 박경숙 2008.01.17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