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노병의 미소/'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2010.07.08 20:36
6.25참전 노병의 미소
조옥동/시인
캠퍼스 안 VA(Veterans Affairs)메디컬 센터 주위에는 언제나 상이군인들의 왕래가 빈번하다. 다리를 잘리고 손과 팔이 달아났거나 비록 육신은 다 붙어 있어도 기능이 마비되어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재향군인병원을 찾는 제일 연장자는 세계2차 대전과 6.25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고 다음이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이다. 최근엔 이락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 온 아주 젊은 상이군인들도 보인다.
누구를 위하여 그들은 자기 몸의 일부를 상실하고 남은 일생을 고통과 고난 속에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하면 그들 앞을 지나칠 때 온전한 육신을 가진 내가 민망스럽다.
허나 그들의 표정은 나보다 밝고 평화스럽다. 저들은 우리 보통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특별한 삶의 가치들을 품고서 영혼 속에 부유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의 상처를 정면으로 통과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미가 있다고 한다.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을 가능케 하는 것, 곧 그것을 기품이 있는 슬픔의 미학이라 부른다면 진실의 가시가 양심을 찌를 때 이를 피하지 않고 묵인할 수 없는 자의 고통도 아름답다.
처절한 전쟁터나 수용소의 미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훌륭한 문학이 쓰여 지고 예술이 탄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과 고통으로 구워 낸 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인생을 배우고 이해하는 동안 지혜를 얻어 서로 어울려 성숙한 사회를 이루어 가고 있다.
수 십 년을 같은 직장에 있다 보니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고 알게 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도 있다. 때로는 그들이 먼저 다가와 한국 사람이냐 물으며 인사를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싸운 한국 전쟁터에서의 체험을 옛 추억이라도 들려주듯 웃으며 얘기를 하면 매번 고마움에 언제나 그들에게 미안하다.
아직도 불편한 몸을 윌 췌어에 의지하고 이제 팔십을 넘었거나 그리 바라보는 노병들도 있다. 옛날 어린 시절 고향에서 상이군인들이 시장바닥에서 도움을 청하다 목발을 휘둘러 남의 상점을 부수며 떼를 쓰던 모습과 비교가 된다. 그 당시 전쟁직후엔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제도가 미비했고 모두가 가난하여 도움조차 부족하여 그런 화풀이를 했다지만 남의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은 원망이나 불평이 없이 오히려 크게 발전한 한국 소식에 자신들의 희생을 자랑스러워할 때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며칠 전 한국 6.25전쟁 60주년을 지나면서 직장 주변에서도 오랜 상처를 함께 어루만지는 행사들이 있었다. 그 하나는 샌퍼난도밸리 지역의 몇 교회에서 합동으로 김밥, 송편, 잡채, 김치와 고기 등 한국음식을 마련하여 이들 참전용사는 물론 직장사람들에게 대접하고 한국전통 풍물을 공연하며 감사 잔치를 베풀었다.
'korean war veteran'이란 캡을 쓴 노병들이 많이 모여들어 60년 전 전쟁을 벌써 잊었거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6.25한국전쟁을 기억시켰다. 옛 은혜를 못 잊어 가까운 지역사회 병원의 참전 상이군인들을 찾아 위로하고 고마움을 표현한 그분들이 고맙다.
우리 보통사람들과 저들은 서로의 상처에 공감을 하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삶의 전쟁터에서 만나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위로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7-7-10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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