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속의 집
2010.07.09 08:37
집 속의 집
이월란(10/07/07)
나는
더 이상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지 않는다
돌아보면 허물어져 있어도, 들어오면
다시 일어서는 낮고도 건재한 골격
문도 없이 나가는 출구가 입구가 되어
스스럼없이 일어서는 이 직립의 욕慾으로
사글세 단칸방에서도 웃기만하는 신접살림처럼
권태를 모르는 손톱만한 우주는
눈 밖으로 흐르지 못한 몸속의 물이 사는 방
폭격을 맞아도 쓰러지지 못할 집이 되어서
칼집처럼, 날카로워진 내가 무디어지는 곳
위험한 무기가 안전해지는 곳
하나 뚫고 들어가면 다시 뚫어야 하는 견고한 벽
하나 찢고 들어가면 다시 찢어야 하는 질긴 껍질
지붕 아래서도 눈비 맞는 이상한 집
지상의 벽들을 고스란히 관통한 바람들이
천국과 지옥의 전령이 되어 다시 일어서고
다시 스러지는 집
터 없이 지어진 공복의 집이
하, 정처 없어, 다시 허기지는 내장처럼 휘적
휘적 또 걸어 들어간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7999 | 나목 2 裸木 | 서용덕 | 2011.01.18 | 61 |
| 7998 | 새왕이로 가는 길 | 최익철 | 2011.01.31 | 98 |
| 7997 | 베틀 소리 | 김수영 | 2010.07.15 | 34 |
| 7996 | 빈 그릇이 되고저 | 노기제 | 2010.07.15 | 65 |
| 7995 | 딱 한 방의 약발 | 노기제 | 2010.07.15 | 48 |
| 7994 | 응급실에서 | 김수영 | 2010.07.15 | 46 |
| 7993 | 바닷 바람 시샘에 | 최상준 | 2010.07.13 | 42 |
| 7992 | 한 여름밤의 망향 | 김수영 | 2010.07.13 | 38 |
| 7991 | 5월의노래 | 이상태 | 2010.07.11 | 45 |
| 7990 | 별들이여 | 이상태 | 2010.07.11 | 54 |
| 7989 | 종점 | 서용덕 | 2010.07.11 | 61 |
| 7988 |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 김우영 | 2010.07.11 | 40 |
| 7987 | 꿀 벌 | 정용진 | 2010.07.11 | 40 |
| 7986 | 생과 사 | 정국희 | 2010.07.10 | 23 |
| » | 집 속의 집 | 이월란 | 2010.07.09 | 36 |
| 7984 | 단풍론 | 이월란 | 2010.07.09 | 42 |
| 7983 | 중독 2 | 이월란 | 2010.07.09 | 63 |
| 7982 | 길 | 이월란 | 2010.07.09 | 32 |
| 7981 | 새야새야파랑새야 | 이월란 | 2010.07.09 | 39 |
| 7980 | 새벽 | 이월란 | 2010.07.09 |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