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망향

2010.07.13 04:15

김수영 조회 수:38

까마득한 전설처럼
잊혀져 가는 추억 속에
나를 건져 올리는 샘물

내 얼굴이 환히 거울처럼 비췬다
연륜이 눈처럼 쌓인 얼굴엔
하나 둘 주름살이 피어오르고

그 주름살 속에
어머님의 얼굴이 포개지고
소꿉장난 친구들이 하나 둘
손 흔들며 웃음 짖는다

박 꽃처럼 소담스럽게 떠오르는 하얀 달님
예나 지금이나 비취는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
행여 님이신가
뒤돌아 봐도
서늘한 달빛만 내 이마에 내려앉는다

멀리 삽살개 짖는 소리에
밤하늘의 별이 떨어지는 데

긴긴 여름밤은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깨어 일어나 앉는다

담뱃대 터는 소리에
새벽이 마중 나온다

종달새는 찌찌 빼빼 울어 예고
울타리에 기어오른 노란 호박꽃은
아침 햇살에 입을 벌려 나팔을 분다.

한 여름밤의 망향 金秀映 까마득한 전설처럼 잊혀져 가는 추억 속에 나를 건져 올리는 샘물 내 얼굴이 환히 거울처럼 비췬다 연륜이 눈처럼 쌓인 얼굴엔 하나 둘 주름살이 피어오르고 그 주름살 속에 어머님의 얼굴이 포개지고 소꿉장난 친구들이 하나 둘 손 흔들며 웃음 짖는다 박 꽃처럼 소담스럽게 떠오르는 하얀 달님 예나 지금이나 비취는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 행여 님이신가 뒤돌아 봐도 서늘한 달빛만 내 이마에 내려앉는다 멀리 삽살개 짖는 소리에 밤하늘의 별이 떨어지는 데 긴긴 여름밤은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깨어 일어나 앉는다 담뱃대 터는 소리에 새벽이 마중 나온다 종달새는 찌찌 빼빼 울어 예고 울타리에 기어오른 노란 호박꽃은 아침 햇살에 입을 벌려 나팔을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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