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2010.07.28 17:11

차신재 조회 수:54

잘못된 만남
                차신재

어느 날
남편이 갖고 온 야생화 한 포기
화단에 심었다

벌판에서 견디느라
억세고 향기는 없어도
수수한 꽃잎이 마음에 들어
정성들여 가꾸었다

언제부터인가
문득문득 어지러워
눈을 떠 보니
꽃밭이 송두리 째 썩어가고 있었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황폐하게 무너져가는
꽃밭을 보면서야 그것이
독초인 줄 알았다

질기고 독한 것이
어느 틈에
땅속 가득 억센 뿌리로 휘감아
꽃밭을 뒤엎고 새로 가꾸느라
몇 년이 걸렸다

아무것에나 헐렁헐렁
마음 주지 말라는
교훈 하나 얻느라
소중한 것을 많이 잃었던
잘못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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